관찰일기

카테고리 없음 2016. 2. 26. 10:51

은영이가 수동공격성 장애라는 걸 진작 눈치챘어야 하는건데.
선생님 말씀대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직업이라, 겉으로 화를 내지 못하고 안으로 은근히 삭이는 것 같다. 본인은 모르는 건가?
사무실에서 기척도 하지 않고 나를 기다렸던 때에도 그렇고. 부정적인 감정을, 아니 다른 감정들도 잘 다루지 못하는 것 같다.
너무 티가 난다.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길 바라는 건지... 몸은 많은 것을 말하여 주건만.
옆에 앉지 않고, 인사를 하지 않으며,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거나(언니. 여기 추워 옆방 가), 빨리 보내버리려 한다. (몇달 전, 언니. 내가 정류장까지 바래다 줄께. 했던 것과는 대조적. 게다가 그때 괜찮다고 했을 때 그럼 여기서 그냥 헤어지자고? 하며 놀라던 모습도 있었는데) 뭐, 직업병이겠지만. 나랑은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니니 그냥 화를 내도 될텐데. 쩝.
다시 가까워질 기회가 오기를. 신경쓰는 나도 사실 좀 웃긴다.
어린애 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으면서.
같은 심리적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대번에 눈치챘던 건가.
너무 티 많이 난다고, 은영씨!!! 이 웬수 덩어리!
누가 보면 내가 너 때린줄 알겠다 !

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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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생

카테고리 없음 2015. 2. 17. 00:32

돌아오는 길에 뮤지컬 수록곡 들을 들었다. 지킬앤하이드, 미스 사이공, 렌트, 시카고. 무대 위 빛나는 배우들을 보며 그들이 사는 무대 위 인생이 내가 살아보고 싶은 인생이 아닌가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꽃내와 나의 이야기를 대본으로 써 보기로 한다.

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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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화백은 한 줄을 쓰더라도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한다.
거기에 고무되어 나도 다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 끝에 시작된 글임을 밝혀둔다.

*

집에 가는 길에 미경씨와 마주쳤다.
엘레강뜨 하다. 그림그리는 사람 답게 멋쟁이이기도. 흰바지에 남색 자켓이라니.
네. 얼른 들어가세요, 하는 말에 네 하며 돌아섰다. 짐 많고 추워보이던데. 캔커피라도 한잔 할래요? 라는 말이 왜 뒤늦게야 떠올랐는지.
결정을 내리거나 뭔가가 떠오르는게 조금 빨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음에 마주치면 차 한잔 할 수 있기를.

*

이응노와 김환기의 그림에 대해 배웠다.
김환기의 그림은 하늘색 때문인지 대학로 동숭 아트센터 막에 있는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 무용 전용 극장이 된 이후 들어가 본 일이 없다. 대학로에서 가장 큰 극장이었는데.
두 사람의 그림은 인터넷으로 더 찾아 봐야겠다.
김환기의 그림. 10만개의 점 실제로 보고싶다. 슬라이드로 보는 건 질감이 잘 보이지 않아서 실제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되기도 한다. 샤갈전을 보러 갔을 때 처럼.

조각을 하고 싶다. 나무든 금속이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야겠다. 요 근래 화면이 두꺼운 그림들을 보았더니, 사포 위에 색을 입혀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싶어졌다. 달 항아리처럼 둥근 몸매의 산타라면 특이하긴 하겠지. 너무 김수근 스럽나.
가죽으로 만들면 어떨까. 얇은 가죽을 적신 후 당겨 아래에 있는 무언가의 무늬가 나타나게 하는 기법으로.




다음 주 추가 강의는 장승.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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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에게 고양이 사무라이 보러 가자고 청했다. 뭐예요? ㅋㅋㅋ 하고 답이 왔다.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가볍게 받아들이는 듯. 다행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내가 너무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뜻도 되겠다. 덜 심각하고 가벼운 사람이 되어야겠다. 류는 아직 답이 없다. 숫자 1이 줄어들지 않았다. 많이 피곤한가. 카톡 확인할 새도 없이 잠들었나보다. 답이 오지 않아도 재촉하지 않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수 있게 되었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건가. 낸시만큼 애정이 깊지 않아서인가. 뭐, 어쨌든 좀 더 그냥 두고볼 수 있게 되었으니.

*
종일 머리가 아팠다. 돌아온 후 집에 들어오니 뒷통수 쪽에서 지끈거렸다. 조심해야지. 머리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한정거장 거리를 무리없이 걸었다. 많이 나아졌다. 버스가 십오분 후에야 온다길래 가만히 서 있으면 더 추울거 같아서 걷다가 미정씨랑 마주쳤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옳은 길로(?) 이끌어 주기를 바라면서 맘 편히 갖고 사는 게 맞는 것 같기도.

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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