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고 귀여운 여자. 피부가 하얗고 어딘가 모르게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켰던 네가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긴 하지만, 난 이제 크고 마른,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잘 컸구나 싶은 생각이 들 덩도로 자신만만한 여자에게도 끌린다.
너와 비슷한 목소리의 여자의 교성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네가 느낀 것은 나에 대한 성욕이었을까. 그래서 그렇게 화들짝 놀란 것 처럼 도망쳤던 걸까. 나는 그날 너를 안을 생각이 없었는데. 오랫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낸 것만으로도 용기를 낸 것이었는데. 내가 너를 안고 싶어하는 만큼 너도 나를 안고 싶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육체관계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저 너를 내 품에 들이거나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은 여러번 있었지. 몇 달 만에 다시 만나 반가울 때,
작고 통통한 너의 손에 칠한 매니큐어가 마치 어른 흉내를 내려던 소녀가 엄마 화장대에서 찾은 지나치게 짙은 색처럼 보일 때.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을 때.
나는 네가 그런 것들을 불편해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되도록이면 접촉이 없도록 주의하고 있었지. 네가 캐리어를 들고 나를 만나러 왔을 때에도. 번쩍 들고 싶었지만 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내 손에 묻어있는 물감을 보고서 내 손가락을 만진 건 참 대단한 변화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때까지도, 손가락 하나 닿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었으니.
다시 만난다면 너를 와락 끌어안아도 될까. 오랫동안, 그렇게 있어도 될까. 만날 수 있다면, 꼭 너를 오래 안고 싶다.

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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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4. 11. 2. 11:52

높고 맑은, 목소리. 밝은 갈색 눈. 아직 어린 태가 남아있는 듯한 작고 통통한 손. 정방형의 손톱에 칠해진 메니큐어.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 보라색 셔츠가 잘 어울리는 흰 얼굴. 언젠가 내 신발 옆에 나란히 서 있었던 너의 굽 높은 레몬색 샌들. 성장[盛粧]한 너의 눈부신 아름다움.
내가 좋아했던 너의.

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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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사람

카테고리 없음 2014. 10. 26. 04:22

닮았다. 작게 나온 사진은 나와많이 닮아 공연히 가슴이 철렁 한다. 언젠가, 네가 작가가 될 것만 같다. 너와 내가유명해지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서로의 소개를 매스컴에서 들을 수도 있겠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저 스토커 남자처럼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 아파하지 말기를.
잘 지내고 있겠지.
이제 어른이 되었을까? 아마도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이제 마음 말고 몸도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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