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2020. 8. 26. 04:39


촉촉한 것이 코에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느낌에 실눈을 뜬다.
의자 위에서 잠든 야옹이가 어느 새 베게맡에 와 있다. 
코를 내 코에 대고 흠흠 냄새를 맡은 뒤 그르릉 그르릉. 
비몽사몽,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든다. 

정월 초열흘에 태어난 아이는 윗목에 놓였다. 
스무살 무렵까지 겨울이면 손이 시퍼랬다. 
목 아래 받쳐준 수건 위 젖병을 빨다가 잠이 들었다. 


남동생과 투닥거리는 나를 방으로 부른 할머니는 손목에 칼을 들이댔다. 
손목쟁이 한번 더 펄렁거리면 잘라버리갔어. 
지금 자르란? 


마당 한구석 흰둥이 집에 들어가 잠이 든다. 
합판에 빨간 장판으로 지붕을 댄 집은 아늑했다. 
새끼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틈을 파고들면 스르르 눈이 감겼다. 
옆에 있어도 뭐라 하지 않는 흰둥이가 좋았다. 


어느날 장독대 위

내가 들어가 놀던 커다란 대야에 

흰둥이가 입을 벌린 채 물에 잠겨 있었다. 
옅은 피비린내가 났다. 
속이 울렁거렸다. 


빨간 지붕 집에 혼자 기어들어간다. 
까무룩,  잠이 든다.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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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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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15

꿈일기 2019. 3. 28. 19:36

바다.
백령도인듯.
소라와 걷다가 대표님이 왔다길래 스노클을 빌리러간다. 수영좀 하시냐는 말에 스노클 있으면 훨씬 나을거라고 하며 간다. 장비가 걸려 있는 사이로 도복을 입은 사람이 나온다. 남색 셔츠와 회색 바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스노클링을 한세트 빌려 나온다. 내 것도 빌려 가르쳐야지 생각하다가 한세트만 빌렸다. 금방 할테니까. 바닷가로 나온 소라에게 대표님은 괜찮냐고 할만 하냐고 묻는다. 적응이 안되나봐요. 그래요? 그럼 내가 스노클 끼고 같이 들어가서 가르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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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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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7

꿈일기 2019. 3. 28. 19:35

갑자기 여행을 떠나야 한다.
더운 나라 태국인 듯. 옷가지와 배낭을 꺼내 짐을 꾸린다.
옷을 세벌쯤 넣었다가 다시 뺀다. 가서 사면 되지 뭐. 큰 사이즈 많이 나오는데.
시골길을 걷는다. 쌍문동의 우리집 같은 내부.
국립공원 직원인 듯한 사람이 와서 두 시 차에 갈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
가이드북에는 한시 사십분인데 그럼 한시 사십분 차는 없냐고 물었다.
없는 것 같다. 시간이 촉박하던 나는 두시에 나간다고 손을 들고, 다른 몇몇의 현지인들도 짐을 싸다가 손을 들었다. 바깥은 내가 다니던 시골 학교다.
러스가 오자마자 태국으로 가는군. 날짜를 가늠해 본다. 얼만큼 떠나 있어야 하지?
바다에는 얼만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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