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습작 2018. 5. 20. 16:29



맥주를 다섯병이나 마셨다. 김치전을 얻어왔는데(혼자 사는데, 음식은 잘 해먹느냐고 하면서 줬는데, 안에 한판 하고 찌꺼기가 남아있다. 먹다 남은 듯한 부분은 안 먹었다. 당근주스-혹은 V8- 를 따라주었는데, 한모금 마시고 준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출출하니까 그냥 저녁 겸 때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치전을 데우고, 좋은 안주가 있으니 한잔 해야지..하며 맥주를 꺼냈다. 알러지 때문에 목이 근질근질했던 것이다. 안주가 모자라면 안되니까..하며 냉장고 윗칸의 굳어져가는 모짜렐라 치즈를 같이 굽고, 소세지를 조금 잘라서 접시에 같이 담았다. 쥐포도 하나 구웠다. 안주는 꽤 많은 양이었다. 맥주 한병을 다 마셔도 안주가 남았다. 남은 거에 같이 먹지 뭐 하며 또 한병을 꺼내온다. 허니 머스터드맛이라고 써 있는 니블링Nibling도 먹는다.

마른멸치에 고추장도 먹는다. 맥주를 더 꺼내온다. 다섯병째를 거의 다 마셔갈 무렵 나도 모르게 책상 앞에 앉아서 잠들어 있었다. 그 와중에 김 빠지면 안돼지.. 버리면 아까우니까..하며 남은 맥주를 들이킨다. 꿀꺽 꿀꺽. 술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알콜의, 뜨거운 기운이 숨으로 훅훅 뿜어진다. 술을 마시면 시간이 잘 간다. 내가 혼자 있다는 것도, 같이 마실 사람 없이 혼자 마신다는 것도, 정말 이 상황이 비참해서 죽고 싶다는 것도, 아직 학기를 끝내려면 남은 과제를 해야 한다는 것도 다 잊을 수 있다.

그저께인가는 방 청소를 했다. 전기장판과 널려있는 책들과 가방과 신문 따위를 몽땅 들어내어 옆방에 갖다두고는 swifter로 바닥을 닦고 빗자루로 쓸어낸 다음 물기 있는 Swifter로 한번 더 닦았다. 방이 텅 빈듯 했다. 신문지와 책이 쌓여있는 화장실도 닦았다. 습기로 구깃구깃해진 신문지를 걷어내어 차곡차곡 간추려 두고 책을 방 책꽃이에 꽃은 다음 바닥을 닦았다. 마치, 누군가 나를 찾아올 것처럼. 아무도 오지 않을것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올 것처럼 샅샅이 구석구석 먼지를 집어냈다.

배가 고파왔다. 뭘 먹을까. 냉장고에 있는 이북식 김치밥을 하고 남은 돼지고기를 빨리 먹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이팬에 고기를 굽는다. 오래되어 색이 변해가는 목살을 먼저 굽는다. 일단 구워두면 나중에라도 먹을 수 있겠지. 사온 지 얼마 안 된 삼겹살과 확연한 색 차이가 난다. 물론, 맛과 냄새도 차이가 있다. 배추김치가 없어서 나중에 대신 구울 요량으로 총각김치를 잘게 썰었다. 생각보다 썩 괜찮았다. 껍데기와 비계가 두툼하게 붙어있는 삼겹살은 정말 혼자 먹기 아깝다. 아래층은 벌써 밥을 다 먹었다고 한다. 방으로 가져와서 먹는다. 이럴때 막걸리가 있어야 하는데. 대신 소주를 한잔 하기로 한다. 냉장고에는 언젠가 마시다 둔 소주가 플라스틱 병 안에 두 모금쯤 남아있다. . 오래되어 사카린 냄새와 알콜 냄새가 마구 뒤섞여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역시 소주는 아무 음식이랑 잘 어울린다. 특히 삼겹살이랑. 두세모금씩 남아있는 소주를 세병쯤 마셨다. 그래봤자 큰 병으로는 반 병 정도다. 술이 모자란다. 이런.. 맥주라도 마셔야지. 입가심 할겸. 맥주가 시원하다. 룸메이트가 남기고 간 양상치에 고기 한 점을 올리고 김치조각과 고추장 조금을 곁들여 씹고는 술을 한잔 마신다. . 이런 술을 혼자 마셔야 한단 말이지. 젠장. 뭐 사는게 이러냐...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주말인데. 한국 같았으면 친구들이랑 한잔 했겠지. 백호 선배집 생각이 난다. 안주가 뭐였더라.. 골뱅이였나. 여러 사람이 마시는 소주란 정말..

맥주 세 병을 마시고서야 그만 마셔야지 하는 생각이 난다. 섞어마시다니. 내일 속이 장난 아니겠군. 청소하다가 발견한 레종 담배를 꺼내어 밖에 나가 한대 피운다. 이놈의 담배는 끊었어도 술을 마시면 가끔 생각이 난다. 옆집 뒷마당이 시끌시끌하다. . 아까 제럴드 아저씨가 아줌마 생일이라고 오라고 했었는데. 그릴에서 고기도 구울꺼고 스카치랑 보드카랑 있으니 마시러 오라고 그랬었다. 이 상태로는 못가겠다. 너무 취했다. 취한채 다른 사람 집에 간다는 건 미안한 일이다.

대모님께 전화가 왔다. 우리 아저씨 소주 마시고 싶다고 해서 네 병이나 사왔어. 건너 와. 저 방금 술 마셨어요. 청소하다가 밥 먹으면서 맥주 두 병 마셨는데, 안 깨네요. ? 맥주가 너한테 술이냐? 왜 취하고 그래? 그러게요.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지 취하네요. 지금 운전하면 안될 것 같아요. 좀 깨고 갈께요. 그래. 천천히 건너와.

술을 좀 깨고 운전할 수 있을만큼이 되었을때 가볼까 싶었는데 전화가 왔다. . 난데. 아저씨가 들어오시긴 했는데 피곤하다고 그러시네. 오늘은 좀 그렇다. 그래도 오고 싶으면 와. 내가 주말에 갈데가 없는 걸 아는 대모님의 말씀이다. 아니예요. 오늘만 날인가요 뭐. 나중에 갈께요.. 그래. 내일 오던지. 또 전화할께.

옆집은 파티로 여러 사람이 시끌시끌하고, 나는 야옹이와 대숲에 가린 달을 보았다. 저 흰게 달이긴 한데. 무슨 모양이지? 상현? 초승달? 술을 마신게 후회가 됐다.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두 건이나 초대 기회를 놓치다니.

시간만 잘 간다. 배고프다고 고기를 구울 때가 대여섯시경이었는데 지금은 아홉시가 넘었다. 사람들이 왜 술을 마시는지 알겠다. 잊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상태를.현실을. 그리고 시간은 더 빨리 가기 때문이다.

뭐 작은 악세사리라도 하나 갖다줘야겠다. 그래도 생일이라는데. 참석은 못하더라도.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안 가서.

카운슬러가 했던 질문이 생각났다. 술을 마시면서, 멈출 수 없다거나 언제 멈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나요?

아니라고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지금이 바로 그런때가 아닌가. 술을 마시고 멈추지 못하는 때. 조금만 조금만 하며 멈추긴 하지만-술은 홀수로 마셔야 한다는 이상한 버릇- 멈췄을때는 너무 많이 마셔서 그만 마셔야 할 때라는 것.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느 것이든 내게 할 말이 있어요? 내 속에 너무 많은 것이 쌓여온 것 같아요. 발산하지 못하고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 일을 계기로 터져나와서 나를 삼켜버리는 거 같아요.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풀어가면 나도 정상이 되지 않을까요.

순전히 정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아침에 만난 의사는, 자꾸만 나에게 약을 권했다. 물론, 심리상담으로 당신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을 먹으면 우울한 기분과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사라질껍니다.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아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아주 소수일 뿐입니다. 학생 보건소에서 아주 싼 값에 약을 살 수 있을꺼예요. 일단 먹어보고 나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 약 먹다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누군가에게 말하도록 해요. 나에게 전화해도 좋습니다.

그 정신과 의사는 정말 많은 질문을 던졌다. 꼬치꼬치 캐물었다. 몇 살이죠? 이름은요? 어디서 태어났어요? 언제 미국에 왔죠? 전공은요? 학점은 얼마나 됩니까? 가부장에 대해 말해보세요. 어머니에 대해 말해봐요. 동생은 어디에 있죠?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구요. 할머니는 어떻죠? 어린시절은 어땠습니까?

벗어진 이미와 약간 벌어진 앞니.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초끼 떨지 않고(내 고정관념일지도) 그래. 힘들었겠네. 충격이 컸겠어요.. 하며 내 말을 듣는 저 의사.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또다시 낱낱이 내 속을 털어내야 했다.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먼지 쌓인 얘기까지도.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상담받는 모든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인데, 자신을 성적으로 어떻게 규정하겠습니까? 게이? 일반? 바이섹슈얼? 어느 성에 더 매력을 느낍니까?

오래전부터, 괜찮은 놈 나타나면 남자에게도 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 이반으로 규정했고 심지어는 여자 애인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잘 모르겠어요. 섹슈얼한 것들. 그냥, 여자들이랑 있을때 더 편해요. 남자들보다는.

섹슈얼. 잘 모르겠다. 사랑을 느끼는 감정이 성적인 것만은 아니듯이. 운동 많이 해서 몸매 좋은 남자들 보면 한번 만져보고 싶기는 한데. 그 이상은 아니다. 여자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좀 더 복잡하다. 동성으로서의 동질감. 자매애. 아름다운 것을 볼때의 놀라움과 애정과, 우정의 느낌과 그 밖의 여러 가지들이 섞인 그런 감정들.

서른.서울근교 출생입니다. 러시아 학과 졸업반입니다. 부모님은 늘 바빴어요. 그래서 같이 보낸 시간이 별로 없죠. 가부장은 나를 자주 때렸어요. 술마시고 들어와서는 학교에서 빌려 온 잡지에 튀김 봉투를 올려놓았죠. 그러지 말라고 했다가 두들겨 맞았어요.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냐고. 그런 식이죠. 2년전, 가부장이 퇴직하고 나랑 같이 살아야 했을 때, 그는 나를 전통적인 한국 여자가 되길 원했어요. 언제나 거기 있다가 밥 차리고, 청소하고 고분고분 말 잘듣는 그런 애 말이죠. 사실은 그때가 마지막 학기여서 나는 집에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이번에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숙제도 많은 편이라서 가부장이 원하는 전통적인 애가 되기에는 너무 벅찼어요.

고지서 때문에 말다툼을 하다가, 내 목을 졸랐어요. 내 목을 조르고는 머리를 벽에 쾅쾅 찧었죠. 그때 깨달았죠.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예전에 나를 때릴때면 늘 하던 말. 나는 네가 바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다 니가 잘 되라고 때리는 거야, 라는 말. 해당사항이 없는 거잖아요. 그 때 나는 이미 스물 여덟이었으니까. 그래서 한국에 갔어요. 잠시 이곳을 벗어나 쉬면 괜찮아질꺼라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학기이고 두달이 남았을 뿐인데 수업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작년 여름에 돌아왔는데 상황은 변하지 않았어요. 밖으로 한발짝도 안 나가고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자살충동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살았어요.

. 있습니다. 한번은 동네 친구들과 뒷산에 올라갔을때죠. 난 여덟살이었어요. 그때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어요. 열 두살쯤 되어서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고 나서야 알았죠. 한번은 가부장이었어요. 일곱살쯤? 잘 기억이 안 나요. 답답했다는 것. 할머니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는 것 뿐.

할머니는 언제나 남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날 잘 챙겨주지 않았죠. 부모님이 섬으로 가고 할머니와 셋이 살아야 했을때 영양실조에 걸렸어요. 손바닥 피부가 자꾸 벗겨져서 피부과에 갔는데 영양실조라고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있는 섬에 살게 되었죠. 먹을 것이 많았어요. 나무에 열매도 있었고,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었죠.

섬으로 가는 길목, 항구가 있는 도시에 큰아버지 집이 있었는데 거기 서서 보면 간판을 하나도 읽을 수 없었어요. 글이 너무 흐리게 보여서 눈이 나쁘다고만 생각했었죠. 섬에서 살다가 그곳에 간 어느날 간판 글씨가 다 보이는 거예요. 아주 작은 것까지.

놀라웠죠. . 그럼 그때 읽는 걸 배운 건가요? 아니요. 읽는 법을 배운 건 훨씬 전이예요. . 그렇군요..

일주일 후에 다시 봅시다. 약이 어땠는지 그때 다시 얘기하기로 해요. 작은 수첩같은 것에 몇자 적더니 준다. 아래층에 학생 보건소에 가져가세요.

처방전을 주면 바로 받을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월요일 네 시 이후에나 찾으러 오라고 했다.

약을 먹는 신세가 되어버렸군. 엉뚱하게도, 금연패키지Quit smoking kit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냥 주는게 아니라 한참을 기다려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담배를 많이 피워요? 평소에는 잘 피우지 않는데, 한번에 피우면 많이 피워요. 이참에 한번 끊어보려구요. . 단번에 끊기 힘들죠. 이 안에 들어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해 줄께요.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손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장난감. 이건 입에 물고 있을 수 있는 작은 막대. 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되죠. 게임 같은 걸 하는 것도 좋구요. 이건 금연껌인데 할인 쿠폰도 들어 있어요. 이런. 유효기간이 지났네요. 패치와 껌중 어느게 낫냐구요? 잠시만요. 물어보고 올께요. 패치에는 니코틴이 조금 들어있어서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피우고 싶은 욕구를 없애준다는군요. 껌은 어떤 성분으로 인해서 점점 담배가 싫어지게 한답니다. 이 방법을 써 보고도 담배를 끊을 수 없다면 약물 보조제가 있어요. 여기서 처방전을 발행해 줍니다.

 

대모님댁에 갔더라면 소주를 잔뜩 마셨을까. 술기운의 힘을 빌어서 또 한국이 그립다는 말을 하고, 총격사건까지 나는데 빨리 나가 살아야겠다는 말을 했을까. 그 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사람을 죽였다는 것은 나쁘지만, 성격도 내성적인 애가 여기까지 와서 오죽 힘들었으면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요. 나같이 성격 외향적인 애도 여기서 내성적으로 바뀌는 판에, 걔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 이질적인 곳에서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지금 상태로는, 장담을 못하겠어요. 이런 식으로 외부와 단절 된 채 살다가 내가 조승희처럼 되지 않으리라고는 말 못하죠.

한국애들이 다 싸이코인것이 아니라, 특유의 문화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농사짓고 정착하는 사람들의 문화.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면 그곳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낯설고 새로운 곳에 가면 그곳의 규칙을 존중하는. 유목민인 서양 애들처럼 일단 혼자 잘난척하고 밝은척 해야 아아 쟤 괜찮은 애구나.. 하는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일단 조용하게 있어야 하고 아는게 있어도 함부로 떠들지 않고 존경심을 보이고.. 낯선 사람이 조직에 들어오면 그 조직에 동화시키려고 많이 챙겨주죠. 그게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이랄 수도 있고.

니네 규범을 인정한다..라는 뜻으로 입 다물고 있다가 바보취급을 당하는 곳이 미국이죠. 꼭 서부 개척시대니 프론티어 정신이니 하는거 안 내세워도, 적 아니면 친구라고 생각하고 내 식구 내 가족만 잘 살면 남이야 그러든 말든 상관 안하는 문화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한데 어울리는 문화' '끼리끼리 엉켜서 같이 노는 문화' 같은 건 있을 수가 없으니까.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말이죠. 한국에 가면 사람들이 나의 개인적인 것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 같고, 미국은 너무 사람들끼리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어쩌면 이게 스무살 넘어 이민온 1세대의 부조리인지도 몰라요.

대모님은 이해하실꺼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니가 십년 살더니 아주 미국애가 다 됐구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지만. 대모님도 열 다섯쯤에 이곳에 온 1.5세니까. 놀러와서 냉장고까지 열어보는 한국 아줌마들에게 질렸다면서도, 미국애들은 지만 좋으면 끝이야..하는.

어젯밤은 추웠다. 분명히 전기장판을 켜고 잤는데도 고장이 났는지 중간에 꺼졌나 보다. 으스스 춥다. 옆 방에 가서 담요를 한장 더 가져다 덮을까 하다가 전기장판을 점검한다. 코드도 잘 꼽혀있고-가끔은 야옹이나 나의 잠꼬대로 뽑혀버리기도 한다-숫자도 5에 가 있다. 뭐가 문제일까. 모뎀에게 하듯 코드를 뺐다가 꽃고 숫자를 올려본다. 불이 들어온다. 이제 좀 잘 수 있겠군.

이상한 꿈을 꿨다. 졸업해야지... 흰 떡이 보이는. 기억한다고 했으나 잠에서 깨어 티브이를 켜자마자 다 날아가버린 꿈.

화면속의 남자는 목소리가 점점 갈라지더니 아버지를 찾았다며 엉엉 울고 있었다. 왜 울지? 아버지 따윈 찾아봤자 좋은 것도 아닌데...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아니, 이론상으로는 이해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았으므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20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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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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