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My friend

습작 2018. 5. 15. 20:11


나이가 서른 하나라고 했다. 무슨 띠냐고 물어봤더니 호랑이 띠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 나이로는 서른 셋.

나이가 있어 보여서 결혼했냐, 아이들은 있냐고(나도 이런 질문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 나라를 여행하면서 조금은 익숙해졌다. 조금,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접근법이랄까) 물어봤을 때 파 의 대답은 이러했다.

No Papa, no mama. no friend. if I die, I die alone.

. 지금은 없어진 태국 근처의 '' 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났다. 언제 태국에 왔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어릴때 부모가 자신을 팔았다. 딸이라서. 3000밧에 일본 식당으로. 한시에 문을 열고, 새벽 세시까지 문을 열었다. 하루종일 하는 설겆이 때문에 손가락 사이가 찢어지곤 했다. 가게문을 연 시간 내내 일을 했지만 돈이라는 건 구경도 못했다. 먹는 양도 충분치 않아서 그녀는 지금도 아주 작다. 내 어깨 금근처에 닿을 정도일 뿐.

그 일본 식당에는 또래 아이가 세 명 있었다. 주인의 아이 셋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파를 때렸다. 파는 학교에 가고 싶어 했지만 주인은 일만 시켰다. 오년동안 그 가게에 있다가 나왔다. 그리고는 바에서 일을 했다.

No money, no school. what to do? some man, nice, some man no good. man everytime lie...

man.. make love. lie and go.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가게를 차리려고 했으나, 친구가 그 돈을 가지고 도망가 버렸다. 지금도 그 친구의 생사를 모른다고 한다.

좋은 직장에 소개받아 가려했으나, 그 직장에서는 졸업증명서를 요구했다. 그녀는 학교에 간 적이 없다.

 

학교에 가고 싶어?

Now, no time, no have.

 

한번은 자신의 삶이 너무 불운하다고 생각해서 자살하려 바다에 나갔었다. 깊은 곳으로 걸어갔는데 어떤 외국 남자가 다가와서 어디가냐고 물었다.

Go away!

'팔랑'은 제트스키에서 뛰어내려 그녀를 건지고는 얼굴을 마구 때렸다. 정신차리라고.

그 남자가 준 만불로 다시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다. 건너편 마사지 가게에서 파가 일하는 걸 보고 그 가게에 와서 일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서 파는 마사지사가 되었다.

 

You lucky. you have papa, mama, go school.

 

하지만, . 가족이 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냐.

 

친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이런 저런 얘기, 속에 있는 얘기까지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속이지 않는 친구.


You give heart, I give heart. I believe you. two day, you go. you no lie me. you far, far. come back next year. see me. don't forget me. OK?

 

마사지 마치고 나오는데, 마음이 짠했다.

여긴 어덜트 스쿨이 없는 건가. 영어 학교라도 가면 좀 더 나은 삶-그녀 표현에 의하면-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도울 수 없는 방법은 없을까.

My life, no lucky.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얼마전에 다른 언니네 방에서 본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사는 건 명령이래. 목숨이 다할 때 까지는 살아가야 한다는. 이 말의 느낌을 전달하기에는 나의 영어도, 태국어도 충분치 못했다.

 

. 그렇게 생각하지마. 죽으려 하지 마. 모든 사람은 이유를 가지고 태어난대.

다음에 돌아올 때, 네가 가게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가 밥 먹으러 갈께.

 

언제쯤 올 수 있을까. 내가 태국에 온 것은 삼년만인데.

 

돌아가면 다 잊고, 열심히 일 해서 내년에도 올께.

 

작은 몸집의 파.

있다가 망고 가져가. 너 줄려고 내가 아까 시장 가서 사왔어.

 

마사지 값을 치르고, 팁을 주고 나오려는데 망고를 한봉지 준다.

이거 가져가. 친구랑 같이 먹어.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이런 게 사람 사이를 흐르는 정이랄까.

가져와서 게스트 하우스 식구들이랑 나눠먹었다.


망고 맛있네요. 어떻게 골랐어요?


제가 고른게 아니라, 친구가 사줬어요.


누구?


마사지 가게에 있는 '' 있잖아요.


.

 

내일 모레면 난 이곳을 떠난다.

내일, 사진이라도 함께 찍어야겠다.

. 내 친구 파와 함께.


  생명은, 누군가가 제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살아라''명령' 이라고. 생명을 받아 가진 자는 그것이 아무리 비천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스스로 신의 부름을 받아 소진될 때까지는 살아야 할 명령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김정란


                                                200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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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빠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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