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8.05.12 용광로

용광로

습작 2018. 5. 12. 15:35


 

잠깐 배달 차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봤어.

거기에는 머리를 질끈 묶은, 구멍이 뚫리고 색이 바랜 헐렁한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온 몸의 소금기를 털어내면서 날 보고 있더군.

멈칫, 난 그게 내 모습이라는 생각도 안 하고 쳐다보고 있다가 일 안하고 뭘 꾸물대느냐는 고함 소리에 정신이 들었지. 흰 러닝셔츠 차림의 사장이 배달 나가는 밴트럭 위에서 다리 하나를 척 걸치고 눈을 부라리고 있었어. 젠장. 옷 나르는 건 내 일이 아닌데 말야. 옷을 요령있게 잘 실어야 한다고 차 위에 올라가 있고, 나는 끝이 땅에 끌리지 않게 옷들을 머리 위까지 쳐들고 넓은 공장을 몇번씩이고 왔다갔다 해야 하지. 그런건 남자인 지가 좀 하면 안되나. 내가 일을 잘한다고 추켜세우면서 사장은 나를 전천후로 부려먹고 있어. 원래는 카운터로 들어가서 전표나 쓰고, 다림질 되어 나오는 옷을 전표에 맞게 걸고 포장하면 된다고 하더니만. 이제는 사무일과 공장 안의 온갖 잡무가 내 소관이 되어 버렸어. 아침에 출근하면, 들어온 옷들이 얼마나 되는지 점검하고, 인보이스를 만들지. 언제까지 나가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세탁이 되어야 하는지 보고 꼬리표를 붙여. 소위 '택을 딴다'고 하는 일이지. 드라이냐, 물세탁이냐, 셔츠면 풀을 어느정도 먹이느냐에 따라 옷을 분리 한 다음에 세탁기 앞으로 가져가지. 별로 어려워 보이지는 않은데 사장은 그 기계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해. 웃기지. 세탁기 돌리는게 뭐가 그리 큰 벼슬이라고. 전에 왜, 동기중에 나랑 이름이 같은 놈 있잖아. 이름이 같아서 걔는 유주라고 짧게 불렸지만. 정말 나이값 못하는 놈이었지. 나보다 세살인가 많았었는데. 걔가 우리 단과대 행사 할때였나, 웃기는 짓 한번 했었잖아.

바깥을 쳐다보면서 무대 뒤에서 음악을 틀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뭐라고 했더라. , 만지지마.

어이가 없었지. 지가 실무단도 아니고. 내가 있는데 불쑥 들어와서는 하는 소리란. 나는 뭐 급한 일이 있다거나 아님 나를 도와주겠다고 오는 줄 알아서 막지도 않았는데. 들어와서 하는 말이 그거였어. , 너 저거 만지지 마.

나는 대꾸도 없이 무대 위에서 정외과 지우가 보내는 신호를 보고 음악을 켰지. 미안. 내가 음향담당이거든. 좀 나가줄래?

사장도 그런 식이야. 세탁기 돌리는게 뭐 그렇게 복잡한 일도 아니고, 한번도 손 대본 적은 없지만 이젠 하도 봐서 어떻게 하는지 다 알고 있는데 내가 물량을 점검한다고 잠시만 그 근처에 가도 아주 뒤로 넘어갈라고 하지.

드라이는 드라이대로, 와이셔츠는 와이셔츠대로 풀먹임을 헤비 스타치로 할꺼냐, 미디움이냐, 라잇 스타치냐, 노 스타치냐로 나눠서 바구니에 담아 들고가지. 손님들에게는 네 종류지만 사실은 두 종류 뿐이야. 헤비와 미디엄, 라잇과 노 스타치. 둘은 같은 거거든. 말이 바구니지 나같은 덩치도 두 사람쯤, 겹치면 네 사람쯤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손수레야. 바구나, 하면 나물캐는 처녀들이 옆구리에 끼고 걸어갈 것 같은 아주 작은 것이 떠오르는데 왜 그 커다란 걸 바구니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어.

옷이 한바탕 나오면 그걸 다시 바구니에 옮겨 담아서 각자의 자리로 밀어다 주지. 웃도리는 웃도리 대로, 하의는 하의 대로. 다리는 사람들이 따로 있고 셔츠는 셔츠 다리는 기계 앞으로.

셔츠는 발판이 달린 기계에서 다리는데 두 개가 번갈아 가며 움직이지. 그래서 타이밍을 잘 맞춰서 옷을 넣고 빼낼 수 있도록 셔츠를 미리 접어서 바구니 모서리에 접어 둬야 해. 가끔은 이것도 내가 하는 일이지. 기계에서 방금 끄집어낸 젖은 셔츠들을 차곡차곡, 안팎을 구분해서 걸쳐 두는 것. 물론 이자벨이랑 엘리자베스는 좋아하지. 자기네 일을 내가 하는 거니까. 옆에 가서 셔츠를 접고 있으면 날 보고 씨익 웃어주고는 해. 말은 한마디도 안 통하지만, 고마워 한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지. , 생각해 보니까 몇마디는 나도 배웠어. 꼬메 는 밥 먹었냐 하는 거고, 그라시아스, 데 나다 는 고마워, 천만에. 뻬르미소, 빠세 레. 는 실례합니다. 좀 지나갈께요, 지나 가. 뜨라바호 는 힘드냐고 묻는 거지. 그리고 에르마나는 시스터. 로꼬는 미쳤다는 뜻. 무쵸 주비요 하면 비가 많이 온다는 거야. 꼬모스따? 하면 잘 지냈냐고 묻는 것이고. 된소리 발음이 많아서 배달차를 모는 제이 보다는 내가 흉내를 더 잘 내나봐. 몇마디 따라하면 잘 한다고 엄지를 추켜세우지. 사실 제이가 흉내내면, 혀가 잔뜩 꼬인 양키 발음으로 코모스타? 미 카사..로 들리지만 내가 하면 꼬모스따, 미 까싸. 더 정확하게 되거든.

셔츠를 왼손으로 집어서 재빨리 칼라와 소매 다리는 부분에 정확히 맞춰서 넣어야해. 아니면 기계 모양에 따라 줄이 생기거나 주름이 잡혀 버리지. 그러면 물을 묻혀서 다시 다려야 해. 흰색 셔츠의 경우는 열받은 부분이 누렇게 변해버려서 다시 빨아야 할 때도 있고.

그 다음에는 엘리자베스가 셔츠를 넘겨 받아 몸통을 다리는 기계에 덮어 씌워. 몸통과 팔이 동시에 다려지는데 너무 덩치 큰 사람의 옷이 들어가면 위 아래가 남아서 다시 컴프레샤에 올려놓고 터치업을 해야 해. 여기 서서 한시간만 있으면 스팀 소리, 기계 소리에 시끄러워서 소리 지르면서 대화를 해야 하지. 일주일이 넘으면 밖에 나와서도 소리 지르면서 이야기를 해. 그새 습관이 되어 버려서.

터치업까지 마친 옷이 걸려나오면 내가 갖다가 검사를 하지. 칼라에 주름은 없는지, 소매는 잘 다려졌는지. 단추는 깨지지 않았는지. 하도 옷 걸어놓고 손목을 뒤집어 보는게 버릇이 되서 지난번엔 코트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도 그랬잖아. 무의식적으로, 걸려있는 코트에 다가가서는 두 손을 소매에 집어넣고 휙휙 뒤집으며 살펴보았지. 어디 얼룩이 없나. 하고 나서야 깨달았어. 내가 옷을 사러 왔다는 것을. 옆에서 점원이 뭐라고 했더라.. 참 꼼꼼하시네요. 이쪽 계통이신가봐요.

, 예전에요.. 나는 실없는 대답을 하고서는 얼굴이 벌개져 버렸지.

가끔은 박스에 갓 새로 사온 셔츠처럼 포장을 해 달라는 사람도 있어. 출장을 가는지 아님 그 새 기분을 즐겨 보려는 것인지. 그럼 또 내가 해야지. 셔츠를 옷걸이에서 빼내어 첫번째, 세번째, 다섯번째 단추를 잠그고 난 후 뒤집어서 기계 위에 놓지. 그 다음에 마분지를 끼워 넣은 후 밑단을 한번 접고, 오른쪽, 왼쪽 순으로 어깨 부분을 을 팔과 함께 접고 뒤집어서 틀에서 빼낸 다음 카라가 구겨지지 않게 길게 자른 마분지를 끼우고 비닐에 넣은 후 상자에 차곡차곡 담는거야.

예리에 종우 느라, 고 사장이 소리지르길래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어. 예리는 뭐고 종우는 뭐야. 그게 카라에 마분지를 끼우라는 소리라는 군. 서울서 자라서 다른 지방의 사투리에 익숙하지 못한 내게 사장이 소리지르는 말은 거의 외국어였지. 즈앵아, 즈앵아. 내 이름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고, 얼터레이션 언니도 항상 스니야~ 하고 불렀지. 나는 그 언니 이름이 승희겠거니 하고 순희언니라 불렀는데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정정해 주더군. 자기 이름은 순희가 아니라 '선희' 라고.

프레샤좀 누질러라, 인보이써좀 가와라, 리사이껄이 뭔지 아나.. 내가 대학을 다니다 왔다니까 대학 다니는 놈이 그것도 못알아 먹느냐고 난리를 치더군. 내가 대학에서 국문과라도 다녔으면 말을 안해. 그러면 방언의 사용과 영향에 관한 고찰 어쩌구..하면서 사투리를 배웠겠지만 나는 전혀 다른 걸 공부하고 있었는걸. 그리고 대학이 뭐, 다른 지방 사투리 가르쳐 주는덴가.

내가 면접 보러 갔다가 어느 대학 출신이냐고 묻길래 ㅅ대에 다녔었다고 했더니, 나는 서울대 출신이다. 그러더군. 아아 그러세요.. 했더니 그 사람이 서울대를 나온 것이 아니라 니가 ㅅ대 출신이면 나는 서울대다.. 뭐 이런 뜻이었다는군. 뭐 대학이 별거라고, 내가 대학생이었다는 걸 안 믿었나봐. 여기 사는 사람들이 거의 그렇듯 아니, 여기 사는 학력에 어느정도 컴플렉스 있는 사람들이 출신학교를 물으면 남자는 서울대 연고대 출신이라고 하고 여자들은 대부분 이대라고 대답하는 것 처럼 나도 그런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 부산대 기계과 나와서 엔지니어로 일했다고 자기 입으로 얘기하더군. 그러거나 말거나. 같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한국에서 살때의 경험이 뭐가 그리 중요하지? 전혀 상관없는 분야인데 말이야. 하여튼 한국 사람들은 참.

과장이었다고 하는데, 아우 그러세요.. 하고 반색이라도 해 줄껄 그랬나. 난 그런 식의 조직에 익숙치 않아서 어느 정도인지 잘 몰라.

담당 위에 전임, 전임 위에 선임, 선임위에 뭐더라.. 팀장? 이런 연구실 조직도나 아님 총학생회 산하 단대장, 과 학생회장이 있고 단대나 총학 아래에 사무국장, 투쟁국장, 보도국장, 문화국장 이 있고 곁다리로 빠이를 들고 가투에 나서야 할 튼튼한 남자애들 몇 있는 그런 풍물패가 있는 조직이면 몰라도. , 오야지 밑에 십장, 미장이, 데모도가 있고. 주방에는 난로, 도마, 아라이... 내 친구중에 내가 대학교 삼학년이 되던 해에 대리를 단 놈이 있어서 평사원 위에 대리라는 것은 알겠는데 부장이면 도대체 얼마나 높은 거야? 회장 아래 전무, 그다음에 상무, 이사. 거기까지는 알겠는데 중간에는 조직이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기 부장이었다고 뻐기던 사장은 딜리버리 가던 길에.. ? 딜리버리? delivery 배달. 이 동네 사람들 말이 다 이래. 영어 단어에 한국어 조사를 붙여서 얘기하지. 어느때는 영어 단어가 동사가 되기도 하고.

너도 알지? 내가 학교 다닐때 얼마나 싫어했냐. 영어에 우리말 달아서 쓰는거. 인생을 엔조이 하자는 83학번 선배 똥차형도 그때부터 싫어했잖아. 미 제국주의 몰아내잘때는 언제고 뭐, 인생을 '엔조이' 하자구?

. 딜리버리. 그래서 딜리버리 갈때 말야, 옷이 너무 많다고 나를 짐꾼으로 데리고 갔는데 한국에 있을때 자기는 월급 받아서 한푼도 안 쓰고 다 저축 했다는거야. 집이 식당이라도 했나 싶어서 되물었지. 아니래. 총각때는 헤프게 쓰니까 부모님한테 맡겼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래. 부장이었을때의 얘기라고 또 어깨에 힘을 빡 주더군. 내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마치 자기는 모래로 쌀을 만들었다는 듯이 자랑스럽고도 한편으로는 허황된 표정으로 한번 씨익 웃더니 그게 다 바이어들이랑 거래처 사람들에게서 받은 봉투라는 거야. 촌지. 룸싸롱 가서 이쁜 여자애들 사이사이 끼어 앉히고 비싼 술로 폭탄주 만들어 가며 거의 개가 될때까지 놀다가 2차 나가기 직전에 영업부장이 차비라며 안주머니에 깊게 찔러주는 거지.

그런 접대가 어찌나 많았던지 그 봉투만 모아도 집안 살림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군. 가끔은 집에 안 갖다주고 오입질 하는데 썼다고도 하고.

내가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자, 아주 선량한 남편이라도 되는 양, 한번도 살림을 차린 적은 없다고 말하대. 자랑인가. 암튼 한국 남것들이란.

바지는 남성용이냐, 여성용이냐 청바지냐 정장바지냐에 따라서 다리는 법이 달라. 남성용은 주로 앞주름을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낸 다음 엉덩이 끝부분에서 접어서 나가지. 여성용은 옆으로 놓고 다려서 앞쪼에서 보면 주름이 없게 하고. 청바지도 주로 남성용, 여성용에 따라 주름을 옆으로 하고 앞으로 하고 그러는 것 같아. 물론, 모든 사람이 거기에 맞는 건 아니어서 남자라도 주름이 없게 해달라고 주문하고, 여성용 슬랙스인데도 앞주름을 잡아 달라고 하지.

치마는 뭐, 각 잡을 필요 없이 컴프레샤에 올려서 공기 몇번 씌워주면 모양이 잡히지. 주름치마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 사람이 얼만큼 숙련된 '하의' 냐를 보려면 주름치마를 다리게 해 보라는 말이 이 바닥에서 공공연히 나돌 만큼 주름치마는 정말 다리기 까다로워.

온 미국을 주름잡는 세탁 업계의 사람이라면, 그리고 자신이 정말 오랫동안 이 바닥에 몸담아온 '하의'라면 주름치마 쯤은 5분 내로 깨끗이 다릴 줄 알아야 해.

상의는 어깨에 들어간 패드랑, 소매를 주의해서 다려야 해. 어깨패드가 접히거나 한쪽이 아주 빠지는 경우도 있거든. 그러면 모양이 우습게 되지. 한쪽만 남고 하나는 온 기계를 다 뒤져도 나타나지 않으면 슬그머니 남은 한 쪽도 빼버리기도 하는데 손님들은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 딱 한번, 어깨패드가 없어졌다고 가게에 와서 컴플레인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몸이 전체적으로 약간 돌아가서 원래 어깨패드가 하나만 있는 사람이었거든. 소매도 한쪽이 약간 짧고, 구두도 좌우가 다르지. 나야 가게 단골이기도 하고, 포장전에 걸어놓고 보면 다르니까 알고 있었는데, 애기아빠라고 유세떠는 하의가 어셈블리 하다가 엉뚱한 짓을 한 모양이야. 젠장. 나만 죽도록 욕먹고.

자기 할 일이나 하지. 왜 남의 영역에 와서 설친대. 이 사람은 자기가 애아빠인게 유세야. 공장에 옷 쫙 뺴입고 금목걸이까지 하고 와서 옷을 다리지. 이 동네에서 그렇게 겉으로 금목걸이 내놔봐야 좋을 꺼 하나도 없을텐데. 옆 가게는 전당포고 오른쪽 옆은 리쿼 스토어거든. 전당포가 가깝고 많을 수록 위험한 동네야. 정말 기가막힌 위치에 있는 거지 이 가게는. 이상하게도 나는 흑인들이 무섭거나 하지는 않아. 백인들이 무서우면 무섭지. 이런 고정관념 가지는 거 않좋지만, 백인들 참 느낌이 차거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국 백인들. 난 러시아 사람이나 유럽사람들에게서는 이렇게 찬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어.

흑인들은,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애만 많이 낳는다고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그런것만은 아니지. 그게 그 사람들 탓인가 뭐. 멀쩡하게 잘 지내는 사람들 노예로 쓰겠다고 배로 이 먼데까지 실어와서 짐승처럼 부려먹고 교육의 기회 조차도 주지 않은게 누군데.

얼마나 한이 많겠어. 실향민들 중에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알콜중독이 된다던지 폐인이 되는 것처럼 이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꺼 아냐.

내가 아침에 리걸 86년형이라는 차를 골목길에 세우고 가게로 걸어가면 사람들이 하이~ 하며 반갑게 인사해 주곤 해. . 생각해 보니 하이~ 가 아니라, 하유두잉. 와첩 베이비? 라고 인사하는 경우가 더 많군.

같은 영어라도 두 다른 인종들은 마치 다른 언어인듯이 영어를 한다.

 

-----------------------------------------------------------------------

갑자기 머리속에 떠올라서, 스페인어 숙제도 안 하고 써내려간 글


                                                                                            2005.4.29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곰인형에 얽힌 아픈 기억  (0) 2018.05.16
Pa, My friend  (0) 2018.05.15
부조리극  (0) 2018.05.12
인천  (0) 2018.05.12
기억  (0) 2018.05.12
Posted by 라빠츠까
,